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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골린이, 티박스에서 아무 데나 티 꽂으면 안 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제키입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티박스에 올라가면 제가 하는 일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티 하나 꺼내서 적당한 곳에 꽂고,
    공 올려놓고,
    페어웨이 가운데 한번 보고,
    “제발 똑바로만 가라.”
    그리고 드라이버를 휘둘렀습니다.
    그때는 티박스 안에서 어디에 티를 꽂느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같은 티박스인데 왼쪽에서 치나 오른쪽에서 치나 비슷한 것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라운드를 다니다 보니 이것도 하나의 코스 공략이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드라이버 방향이 늘 일정하지 않은 골린이라면 티잉구역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생각보다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티박스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쳐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티잉구역 안에서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티를 꽂을 위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가운데쯤에 티를 꽂았습니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워 보였거든요.
    그런데 앞을 자세히 보면 홀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왼쪽에 OB가 있는 홀도 있고,
    오른쪽에 해저드가 있는 홀도 있고,
    페어웨이가 한쪽으로 휘어 있는 홀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똑같이 가운데에서 칠 필요는 없었습니다.
    티박스에 올라가면 공부터 놓지 말고 홀 전체를 한번 보는 것.
    이것부터 달라졌습니다.

    오른쪽이 위험하면 티박스 오른쪽을 활용해 봅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 해저드가 있다고 해볼게요.
    초보인 저는 해저드만 보이면 신기하게 그쪽으로 공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쪽으로 가면 안 돼.”
    생각하면 정말 그쪽으로 갈 때도 있고요.
    이럴 때 티잉구역 오른쪽을 활용하면 왼쪽의 넓은 공간을 바라보고 칠 수 있는 각도가 생깁니다.
    반대로 왼쪽이 위험하다면 티잉구역 왼쪽을 활용해 오른쪽의 안전한 공간을 조금 더 넓게 보는 식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공이 무조건 안전하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골린이 입장에서는 위험한 곳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기가 조금 편해졌습니다.

    핀이 아니라 ‘안전한 곳’을 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예전에 프로님에게 코스에서는 핀만 보지 말고 그린 중앙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배웠습니다.
    확률을 높이는 거죠.
    티샷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보내겠다는 생각보다
    “어디로 가면 다음 샷을 편하게 칠 수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하는 겁니다.
    오른쪽이 OB라면 왼쪽 공간을 넉넉하게 활용하고,
    왼쪽에 벙커가 있다면 그 벙커와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습니다.
    잘 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이런 것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골프가 단순히 공만 잘 맞히는 운동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앞사람이 친 방향도 은근히 참고가 됩니다

    저는 파3에서도 앞사람이 어떤 클럽을 잡았는지 물어보는 편입니다.
    나와 비거리가 비슷한 사람이 7번 아이언으로 쳤는데 짧았다면 저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클럽을 생각해보는 식입니다.
    티샷에서도 동반자의 공이 어디로 갔는지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의 스윙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사람의 공이 생각보다 오른쪽으로 많이 흘렀다거나 특정 지점에 공이 떨어졌을 때 경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차례가 아니라고 멍하니 있기보다 다른 사람의 샷을 보는 것도 코스 공부였습니다.

    티박스가 평평한지도 한번 봅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티박스라고 해서 모든 곳이 완벽하게 평평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곳은 잔디가 많이 상해 있기도 하고 발을 놓았을 때 미묘하게 불편한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티부터 꽂기 전에 발을 한번 놓아봅니다.
    어드레스했을 때 편안한지 확인하고 그다음 티를 꽂습니다.
    티를 먼저 꽂아놓고 서봤는데 발밑이 불편하면 괜히 그냥 거기서 치고 싶어집니다.
    저는 이런 작은 준비가 초보일수록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티마커보다 앞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그리고 골린이라면 기본적인 규칙 하나는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티잉구역은 두 개의 티마커를 기준으로 정해지며, 그 안에서 티샷해야 합니다.
    티마커보다 앞으로 나가서 티를 꽂으면 안 됩니다.
    뒤쪽으로는 티마커 기준 두 클럽 길이까지 티잉구역에 포함됩니다.
    처음 필드에 가면 이것도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티마커 옆 아무 곳이나 티를 꽂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제키의 한마디

    골프를 처음 배울 때는 스윙만 배웠습니다.
    백스윙은 어떻게 하고, 머리는 어떻게 하고, 체중 이동은 어떻게 하고….
    그런데 필드에 다니다 보니 스윙 이외에 배울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티를 어디에 꽂을지,
    어느 방향을 볼지,
    어디를 피해야 할지,
    다음 샷을 어디에서 치고 싶은지.
    이런 판단 하나하나가 결국 스코어와 연결됐습니다.
    특히 골린이에게는 멋진 드라이버 한 방보다 OB나 해저드 한 번을 피하는 것이 훨씬 큰 이득일 때가 많습니다.
    다음에 티박스에 올라가면 바로 티부터 꽂지 말고 5초만 앞을 한번 바라보세요.
    “이 홀에서 내가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은 어디지?”
    그걸 먼저 찾고 나면 티를 어디에 꽂고 어느 방향을 보고 칠지도 조금 쉬워집니다.
    50대에 시작한 골프.
    요즘 저는 스윙 하나를 더 배우는 것만큼 이런 작은 코스 공략 하나를 알아가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